아름다운 소리 2004-01-08
외출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십미터쯤 앞에서 두 사람이 걷는다 싶게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순간,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걸음을 멈춘 채 그들을 기다렸습니다.
색상이나 디자인이 똑같은 운동복을 입었고 운동화까지 하얀 색으로 맞춰 신었는데,
그들의 삶을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이 부러워졌습니다.
서른중반의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은 뛰는 폭도 같았고
들이마셨다 내쉬는 호흡의 박자까지 빠르고 느림없이 일정했습니다.
앞을 보며 뛰어가는 그들이 내 앞을 지나가는데, 어떻다 말 할 수 없는 뭉쿨함이 솟구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습니다.
호흡을 맞추며 나란히 뛰고,또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나로선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라 하여도 홀로 겉돌아야 하는 공허감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근래의 생활인들 중에는 더러는 있을 것입니다. 아니, 많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내용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은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에 몰두하느니
차가우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밤공기를 시원하게 들이키며 종일 답답했던 숨통을
서로 한 숨씩 열어준다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겠지만, 그리 쉬운 일도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주위 사람들과 얼마나 같이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공유한다는 것은 뚜렷한 형체에 대한 인지나 확인이 아니라
눈으로 보이지 않게, 귀로는 들을 수 없이, 손으로는 잡지 못하도록
오직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는 무형의 개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 사람은 눈물이 나오지 않을만큼 아파하는데
그 슬픔을 알아줄만한 동질성을 소유하지 못하여 혹시라도
웃음을 터트리지는 않는지,
한 사람은 사랑이라는데 그 옆의 사람은 이별을 꿈꾸지나 않는지,
가려내지 않으면 묻혀질 타성에 우리는 얼마나 젖어있는지, 알기나 할까요?

푸,푸우
서른중반의 두 사람이 나를 스쳐 지나가며,
같이 뛴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알려주는 소리입니다.
또한 미래보다는 현재에 만족하고, 현재를 잘 잇다보면 미래마저 밝지 않겠느냐는,
절대 계산적이지 않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소리였습니다.

겨울인데도 강물이 얼어붙지 않을만큼 푸근한 요즘
여기저기서 푸, 푸우 소리가 많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